“어둠이 부인을 찾아오지 않게, 지키겠습니다.”
유일한 가족인 오라버니의 죽음 후 악왕부의 청혼서를 받은 소해.
악왕이 전장을 누비는 동안 그녀는 악왕부에 갇혀 천천히 질식해가고 있었다.
전쟁이 끝난 후 악왕, 윤의 귀환이 다가오자 악왕부는 술렁이기 시작하고,
소해는 부덕을 이유로 원치 않는 선택 아래 놓이는데…….
이 냉랭한 한기가 흐르는 한가운데서 오로지 눈에 불을 담고 있는 윤만이 뜨거웠다.
“좋아합니다.”
대답을 바라는 말은 아니었다.
세상이 빙글빙글 돈다.
진중하게 타오르는 새까만 눈동자에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.
검은 구렁텅이. 저승의 끝이라는 밤의 나락, 그 정처 없는 곳으로 이미 발을 내딛어버렸다.